폰테크 당일폰테크 폰테크당일 GEM 아트숍 만든 한국인 권재영…“이집트 문화경제 새 모델”[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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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집트 황금사막 위에서 새로운 박물관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최대 고고학 박물관 ‘그랜드 이집트 뮤지엄’(GEM)이 지난 4일 개관하며, 관람객의 마지막 동선인 ‘아트숍’까지 전례 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심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한국인 권재영 MUSEEUM 공동창업자다. GEM은 고대 이집트 유물 5만8000점을 수용한 초대형 국립 프로젝트다. 이 거대한 문명을 오늘의 소비 경험으로 번역하는 역할을 한국인이 맡고 있다는 사실은 현지에서도 ‘의외의 반전’으로 회자된다.

19일 이집트 GEM 아트숍에서 만난 권재영(47)대표는 “고대 문명이 남긴 사물의 언어를 오늘의 소비자 경험으로 다시 번역하는 것이 저희 팀의 역할”이라며 “박물관 기념품이 아니라 이집트 장인과 함께 ‘유물과 공예의 현대화’를 추진하며 이집트 문화경제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금융에서 사막으로…데이터 분석가가 읽어낸 ‘문화경제의 빈칸’
권 대표는 글로벌 IT 컨설턴트 출신으로, 리먼 사태 당시 가방을 들고 사옥을 빠져나온 ‘위기의 금융 현장’을 경험한 인물이다. 숫자와 구조의 세계에 익숙한 그는, 이집트 장인 150여 명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조직하며 GEM 아트숍의 기반을 설계한 전략가로 평가된다.

그의 삶이 급격히 바뀐 건 영국 유학 시절이다. 이대 영문과 졸업 후 런던 비즈니스스쿨(LBS) MBA 과정에서 이집트 대형 건설사 하산 알람 그룹 후계자인 남편을 만나 이집트로 건너왔다.

그곳에서 우연히 GEM 운영권 입찰 컨설팅에 참여했고, 이집트 문화경제의 ‘결정적 빈칸’을 발견했다.

“장인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장도, 브랜드도, 유통망도 없었죠.” 그는 바로 그 틈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재구성했다.

◆ 루브르·브리티시뮤지엄을 제친 전략…“Best of Egypt”
GEM 운영권 입찰에는 루브르·브리티시뮤지엄 등 총 17개 글로벌 기관이 참여했다. 권 대표는 하산 알람 컨소시엄의 비드 매니저로 운영 모델과 수익 구조를 설계했다.

그가 내세운 전략은 단 하나였다. “이집트인은 스스로 자기 문화를 운영해야 한다. Best of Egypt를 만들자.”

이 솔루션은 정부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그는 “사적 인연보다 ‘현지 운영’이라는 국가 메시지가 정부 결정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100% 이집트 제작…전국 150장인 네트워크 구축
권 대표가 아트숍에서 가장 먼저 세운 원칙은 명확했다. “모든 상품은 100% 이집트에서 만든다.”

그는 시와 직조, 누비아 자수, 아크밈 직물, 파티미드 지구 금속·유리 공예 등 전국 장인·공방·NGO를 직접 방문해 150명 규모의 수공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지 기념품 시장은 금장·번쩍임·수입품 일색이었다. 그는 과감하게 이 팔레트를 뒤집었다.

“이집트인조차 자기 집에는 두지 않는 기념품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색을 덜어냈다. 골드·네이비·베이지 중심의 절제된 디자인은 현지인 구매 비율을 끌어올렸다.

◆ 투탕카몬은 앞보다 ‘뒤’가 예뻤다…히트상품의 탄생
상품 개발 과정에서 그는 유물의 ‘뒷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투탕카몬 마스크는 앞보다 뒤가 더 현대적이었어요. 네이비·골드 스트라이프, 상형문자…. 정말 충격이었죠.”

이 모티프는 포스터·스카프·노트북 커버로 재탄생해 지금도 판매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바븐이 그려진 토트백은 개관 첫 주에만 600개가 판매됐다.

5만8000점 중 5800점이 투탕카몬 유물이라는 사실은 장점이자 난제였다. “학술·대중·브랜드·상품성의 교차점을 찾느라 10개월이 걸렸습니다.”

◆ 개관 후 소비 패턴은 “180도 전환”…픽업형 구조로 재편
현재 GEM에는 하루 1만5000~1만8000명이 방문한다.

권 대표는 “개관 후 데이터가 완전히 뒤집혔다”고 말했다. 관람 동선, 체류 시간, 구매 속도 모두 초기 가설과 달랐다.

개관 후 아트숍 매출은 개관 전의 10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일부 베스트셀러는 “재고를 만들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소진된다.

권 대표는 이 흐름을 읽고 매장 동선을 다시 짰다. 소비자가 설명을 듣고 고르는 방식에서, 보이는 즉시 집어가는 ‘픽업형 구조’로 완전히 전환한 것이다.

권 대표는 “박물관에서 받은 감동이 바로 기념품 선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감동을 얼마나 세련된 디자인 언어로 번역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목표는 이집트 전역 → 걸프(GCC)…‘문명의 리테일링’ 확장
권 대표의 계획은 GEM에서 멈추지 않는다. 1단계: 카이로 시타델 등 국립기관 확장, 2단계: 이집트 전역 문화시설로 확대,3단계: 걸프(GCC) 문화상품 시장 진출. 그는 “걸프권은 유물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새로운 ‘컬처 굿즈’ 모델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지금 이집트에서 ‘장인의 기술–디자인–관광–유통’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제지형을 그리고 있다.

“GEM은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문명의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이죠. 고대 문명이 사물로 기억을 남겼듯, 현대 박물관도 사물로 경험을 전달합니다. 이집트 장인의 기술이 세계인에게 닿는 길을 더 넓히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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